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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시(Vacancy, 2007)

똔민 2015. 6. 2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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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짜여진 공간에서 일방적으로 도망쳐야하는 스릴러는 뻔한 소재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여러 번의 선택의 소지를 그들 스스로 망쳐 놓는다는 점에서 더 그 공포가 생생히 살아난다.


아들의 죽음으로 우울 치료를 받는 아내(케이트 버켄세일)와 그런 아내가 짜증나는 남편(루크 윌슨).. 이들이 이혼을 전제로 하는 마지막 여행이라는 것은 종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싶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왔다는 남편. 그가 계속 길을 잃고 헤매자 심하게 그를 탓하는 아내. 그들은 자꾸만 지도에서 잘못된 길로 접어들고. 아내가 제시하는 제안을 남편은 계속해서 무시하며 자신의 뜻대로 한다. 이혼을 앞두고 있는 부부이기에 대립되는 과정에서 상대편의 말을 계속해서 무시하는 남자의 캐릭터는 설득력이 있다. 또한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싶다는 것"은 그 상황에서 아내와의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어하는 무의식의 표출이기도 하다.


결국 꺼림직하다며 이 곳을 떠나자는 아내의 제안을 완전히 무시하고 모텔에 투숙하기로 하는 남편. 여러 번의 잘못된 선택이 결국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다는 설정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은밀히 공포스럽다. 차 안에서 자는 것 보다는 누추하지만 모텔에서 투숙하는 것이 아내와의 상황을 보다 부드럽게 하는 데 효과적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의 이러한 선택들은 일견 그러한 심리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바보스럽게 자기 고집대로 밀고나가는 남편이었지만 파인 모텔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탈출구를 모색하며 아내를 보호하는 모습은 이러한 심리가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극한 상황 속에서 이들이 화해를 하는 모습도 따라서 자연스럽다.


한편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여행 내내 차에서도 잠만 자던 아내는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아이를 잃었고 남편과도 이혼을 앞두고 있다. 자고로 우울증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깜빡 깜빡 잠이 들거나, 계속에서 징징대는 모습은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고속도로로 돌아가자" 거나 "이 모텔은 꺼림직하다" 거나 "차에서 그냥 자자"고 예리한 직감력을 발휘했던 그녀의 모습은 그녀에게 강한 힘이 있으며 그녀에 의해 사건이 해결될 것을 암시한다. 남편이 칼에 찔리자 그러한 직감력을 발휘해 상황을 모면하는 모습은 따라서 설득력을 갖는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너프 필름 안에서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심한 살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지만 필름 안의 상황이 현실화될 수도 있을 거라는 예측이 강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스너프 필름 만으로도 강한 공포를 주는 가면 쓴 두사람은, 실제로는 맥없이 당해버리고, 가면을 벗자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죽어갔다는 것이 오히려 반전이라면 반전일까...애초에 공포에 질려 실제로 싸워보지도 못하게 만들기 위해 스너프 필름을 일부러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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