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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The Flu, 2013)

똔민 2015. 6. 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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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감기>는 <연가시>의 그늘에서 피하긴 어렵습니다. <해운대>, <연가시>, <타워>로 이어지는 재난 영화의 계보 속에서 뭐가 새로운 특징을 잡는 게 어려울 수 밖에 없지요. 저 역시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걱정했습니다. 개봉일 연기 또한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영활르 보고 난 지금 큰 걱정 안해도 되겠다 싶네요. 앞선 세 편의 재난 영화가 각각 흥행에 모두 성공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지만 모두 약점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상기하면 적어도 제겐 앞선 세 작품보다 <감기>가 훨씬 흥미로워 만족스러웠습니다. <감기>의 큰 미덕은 모두가 걱정하는 신파와는 아예 담을 쌓아 간격을 벌이고 흔히 보는 재난 영화의 구조는 따르고 있으나 세부적인 디테일에선 나쁜 점들을 잘 피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당 지역에 퍼진 바이러스라는 컨셉은 지역을 무대로 완성된 <해운대>와 비슷하고 바이러스라는 부분은 <연가시>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그러나 <감기>는 곧장 바이러스의 원인을 보여 주고 바로 재난 속으로 인물들을 던져 놓더군요. 초반에는 장혁과 수애의 연기톤이 바로 가볍고 들떠 있어 적응하기가 다소 어려웠는데 재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부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재난의 상황을 전시하지 않고 볼거리로 만들지 않습니다. <타워>나 <해운대>의 경우엔 사건의 현장이 곧 볼거리가 되고 <연가시> 또한 집단 죽음의 장면들 역시 마치 공포 영화처럼 볼거리를 선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감기>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일부 주인공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면 짜증나는 상황이나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이 나오는데 비해 이 작품은 개인에서 시작해 집단으로 이야기를 옮겨가는 상황을 연출하고 잇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재난 이후의 정부의 대응과 군부대, 공무원 그리고 미군까지 집단 이기주의와 개인의 안녕이 달린 문제까지 깊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다루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영화의 전개는 리얼하고 현실적으로 다가 옵니다. 정부가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다루는 방식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구요. 그렇기 때문에 각각 위험에 처한 인물들의 상황에 더욱 공감이 가고 몰입이 되었다고 생각되었네요. 물론 일반적인 재난 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틀 위에 클리셰에 빠지지 않고 종종 어처구니 없이 눈물과 감동을 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 결말을 상당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염의 경로 설명도 자세한 편이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 역시 충분히 경각심과 공포심을 줄 정도로 제법 근사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종종 아쉬운 CG 장면이 눈에 띄긴 하지만 크게 흠으로 보이진 않았고 무엇보다 영화 속에 대통령으로 등장하는 차인표는 상당히 호감을 얻을 것 같네요. 그의 코멘트 몇 마디는 정말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덧붙여 예상치 못한 미군의 등장은 다소 뜻밖이었습니다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전반적으로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대 이상이란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마치 잘 만들어졌음에도 <감시자들>과 <더테러라이브>처럼 말이죠. 한국의 재난 영화들이 흥행에는 성공하지만 지지부진하고 다소 뒷걸음치는게 아닌가 하던 걱정은 일단 <감기>에는 해당 사항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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